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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에 대해.


지금 나는 이것 앞에 주저앉아 있다. 그래야 비로소 보이기 때문이다. 위치는 마당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길목, 화단 한쪽 끝, 회양목 아래. 저쪽 끝에도 하나, 화단의 다른 끝에도 같은 것이 있고, 현관 앞 두 번째, 세 번째 추녀 기둥 곁에도 있다. 그것이 전부다.

가장 빨리 자란 것은 네 번째 추녀 기둥 곁의 것. 그곳의 잎과 꽃은 이미 제 역할을 거의 마쳤고, 어떤 꽃대는 말라가고 있다. 잎은 충분히 자라 속에 있던 더 작은 잎을 드러낼 준비를 마쳤다. 며칠 전 나는 그 잎을 한 번 솎아냈다. 그러자 작던 잎이 금세 자라났다. 그것들은 내 손길에 고마워했을까, 잘려나간 것들은 나를 원망했을까. 한 뿌리에서 난 잎들이지만, 만약 생각이 있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지 네 번째 기둥의 것은 자꾸 눈길이 덜 간다.

지금 내가 들여다보는 이것은 잎의 색이 아직 온전하지 않다. 짙은 본래의 녹색이 아니라 올리브빛이 감도는 연한 녹색이다. 그늘 탓이다. 비해당의 그림자가 늦은 오후까지 이 자리를 덮는다. 그래서 저쪽의 것들과는 잎도, 꽃도 조금 다르다. 이곳의 꽃은 더 고르게, 마치 백설처럼 하얗다. 꽃잎은 크게 다섯 장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에 더 작은 결이 숨어 있는 듯하다. 뚜렷한 별 모양은 아니지만, 문득 별을 닮았다는 생각이 스친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이 꽃을 제대로 바라보겠다고 마음먹는다.

한 뿌리에서 뻗은 꽃대들은 길이가 제각각이고, 끝에서 갈라진 가지의 수도 다르다. 눈에 띄는 규칙은 없다. 가장 긴 것도 몇 센티미터 남짓, 뿌리 가까이에서 핀 것은 그보다 훨씬 짧다. 그러나 길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한 꽃대에 달린 낱꽃은 셀 수 없이 많다. 차라리 꽃이삭이라 부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처음에는 전체를 훑듯 바라본다. 그러면 개별 꽃의 모양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이 꽃은 대략 이렇구나’ 하고 지나간다. 그다음부터다.


내 눈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단 찍는다. 그리고 화면으로 다시 본다. 카메라라는 사물의 능력을 끌어낸다. 전문가 모드의 동영상으로 시작한다. 깊숙한 곳, 땅이 더 좋다며 뿌리 가까이에서 핀 꽃들은 수가 적어 셀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들은 분명한 꽃대를 가지고 있다. 다만 큰 것들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지 않고, 하나의 줄기에 몇 송이의 꽃을 매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조금도 덜하지 않다.

바람이 분다. 청하지 않았는데도 봄바람이 다가와 내 뺨을 스치고, 이어 꽃을 건드린다. 눈앞의 꽃이 흔들린다. 나는 그곳에 초점을 두지 않고, 더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가장 작은 꽃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자 여러 층이 생긴다. 가장 먼 꽃은 작지만 또렷하고, 그 위로, 내 눈에 가까워질수록 흐릿해진다. 바람이 살랑 흔들고, 꽃대가 흔들리며, 그 위의 꽃들이 흔들린다.

아니, 춤을 춘다. 그 춤사위는 정교하고도 아름답다. 가장 크게 흔들리는 것은 내 눈에 가장 가까운 꽃이다. 그것은 거의 형체를 잃은 채 스치듯 지나간다. 초점에 가까울수록 움직임은 또렷해진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은 움직이지 않는다. 바람이 닿지 않아서가 아니다. 잎이 바람을 막고, 그 꽃대는 땅에 바짝 붙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바람이어도 그것을 춤추게 하지는 못한다.

이렇게 바라보면 이 꽃은 겹겹이다. 층이 다르고, 움직임이 다르다. 이번에는 반대로, 가장 가까운 꽃에 초점을 맞춘다. 조금 전의 주인공은 사라진다. 존재는 느껴지지만, 희미한 점처럼 남을 뿐이다.

나는 한 포기의 식물을 본다. 그 식물이 내놓은 여러 꽃대를 보고, 각 꽃대가 뻗은 가지를 보고, 그 가지마다 매달린 꽃을 본다.

그저 보는 것이 아니다. 깊이로 본다. 가장 깊은 곳을 먼저 보고, 가장 얕은 곳을 본다. 가장 가까운 것을 보고, 가장 먼 것을 본다. 그 거리는 불과 몇 센티미터에 지나지 않지만, 내 눈에 포착된 꽃들은 저마다 크기가 다르고, 저마다 바람에 흔들리는 방식이 다르다.

이렇게 오늘도 나는 생명의 눈으로 꽃을 본다.

이 꽃은 돌단풍이다.



2026.04.12
생명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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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생명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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