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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에 따라 달리 들리는, 이상한 새소리 이야기
꽤 오래전이다. 상주의 서쪽이 화서인데 거기를 가려면 제법 험한 고개를 넘어야 하고 백두대간 화령 못 미쳐서이다. 그때 굴림방에는 짐이 너무 많았다. 집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터여서 미니 책상과 앰프 대형 스피커를 싣고 다녔다. 그 바람에 잠잘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쪼그리고 자야만 했다. 그때 비하면 지금은 굴림방 세간이 팍 줄었다. 그런데도 몸뚱이 누이려면 바로는 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각선으로 머리와 발을 두어야 한다. 그때는 순수한 의미의 나그네였다.
어디든 가고 싶은 데 가다가 해가 저물면 한적한 곳에 궁전터를 잡아 하룻밤을 보내곤 했다. 고갯마루 험한 길을 바로 편 새길 옆에 구 길이 있었고, 거기를 하룻밤 터로 잡고서도 어둠이 내려앉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앞 산자락을 탔다. 몇십 미터 들어가지 않아 산 도라지를 발견했고, 주변에 여러 싹 있었다. 하늘 복판에 있을 때와 달리 지는 해는 빠르다. 입산하고서 도라지 몇 뿌리 캐는 사이 산속 그늘은 어둑해졌다. 조바심이 생겼다. 찬찬히 살피면 도라지가 더 있을 환경이다. 욕심을 버리고 하산할 때였다. 이상한 새가 따라오며 놀리는 것이었다.
- 키키키, 키! 키키키, 키! -
내 귀에 그렇게 들리는 것 같았다. 소리는 아주 가까웠다. 그러잖아도 눈앞에 있는 도라지를 포기하고 억지로 마음을 내려놓고 돌아서는 데 뒤통수에 대고 이상한 새가 놀리는 게 아닌가. 대체 어떻게 생긴 놈인지 정체를 확인하려고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소리 나는 쪽을 살폈다. 그랬더니 약아 터진 새가 소리를 뚝 그쳤다. 그로 말미암아 대체 어느 나뭇가지에 앉았는지 찾지 못해 꼴을 보지 못했다. 갸우뚱거리며 산에서 내려가는데 또 뒤에 바짝 붙어 약을 올린다.
- 키키키, 키! 키키키, 키! -
하략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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