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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피워 놓고 엉뚱한 생각과 상상
모닥불 피워 놓고 생각합니다.
떠오르는 대로 불쑥 말입니다.
지피기 전엔 불이 아니었죠.
서서히 불머리가 높아졌고요.
이 불은 연료가 다할 때까지,
이렇게 이글거리며 탈겁니다.
연료는 마른 나뭇가지입니다.
하지만, 이 불은 끝내 소멸합니다.
연료가 다하면 그리되고 맙니다.
지금 바람이 불어 더 잘 탑니다.
바람은 불을 돕는 동지일 겁니다.
만약, 이 순간 눈비 내리면 불엔,
더없이 나쁜 적 또는 악당이겠지요.
바람도 눈비도 없으면 불 자체입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불다운 거지요.
이 불을 보며 엉뚱한 상상합니다.
한때 잠시 못 보면 죽을 것 같은,
불 같은 사랑도 언젠가 시듭니다.
불이 연료가 다하면 소멸하듯요.
한때 어떤 일에 불 같은 열정도,
언젠가 시들해지기 마련입니다.
불도 끝내 그걸 지키지 못하듯요.
올 연초 불 같은 열정이 있었습니다.
한해가 다 가는 지금 이제 아닙니다.
저 불처럼 활활 타는 정열이었지요.
이제 그 정열 어디로 사라졌는지요.
다만, 이제 이리 생각해 봅니다.
올해 안 좋았던 일은 저 불처럼,
활활 타다 재되어 소멸해 버리고,
올해 좋았던 일은 기억의 불씨로,
묻어 내년에 다시 지피겠노라고.
올해가 유별나게 빨리 지난 건,
아마도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일년내내 긴장 속 삶일는지요.
바람이 불을 부추겨도 언젠가,
활활 타는 불은 소멸하고 맙니다.
불이 그리하지 못하게 하려면,
쉼 없이 연료를 공급해야 하는데,
나로선 그리할 수 절대 없습니다.
그러다간 끝내 지쳐 버리겠지요.
죽은 불에 아쉬워하지 말고,
활활 타는 불이 그리워지면,
다시 연료를 준비하면 되죠.
내 몸은 무쇠덩이 아닙니다.
쉴 때는 쉬어야 하는 거고요.
그리고 다시 뛰면 그만이지요.
바라는 것은 내 인생에서,
불의 동지 바람 같은 존재는,
언제나 환영하며 반기겠지만,
불의 악당 눈비 같은 존재는,
산 날 동안 만나지 않기를요.
무학생각, 2020.12.18
행복충전소 비해당에서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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