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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잔혹한 짓을 탓하지 않은 고마운 나무 이야기
나무 보는 즐거움이라 했으나, 실은 즐겁지만은 않다.
까닭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나무는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데 그리한 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이 나무는 청송에서 나그네가 비해당에 옮겼고,
그 일은 아마 오래 되었을 것이다.
그때는 이 나무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특히, 줄기에 대한 것이 그러하다.
옮겨 심고나서 잘자랐면서 이상하게,
줄기가 모두 비스듬하게 쓰러지곤 했는데,
큼직한 꽃송이가 커질수록 더한 것이었다.
그래서 한 날에 땅을 베고 누우려는 가지를,
바로잡겠다고 줄로 가지를 붙들어 매었다.
그리고 몇 년을 그대로 방치해 둔 것이다.
올해도 나무수국은 다른 나무보다 늦게,
잎을 내고는 매우 빠르게 생장하여 탐스럽게,
꽃을 피워 한동안 내 눈을 즐겁게 하다가,
누렇게 퇴색하여 한해살이 마감에 들어갔다.
또 그게 보기 싫어 퇴색한 꽃송이가 달린,
어린가지를 살벌하게 잘라 버렸다.
이 일을 하면서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나무에 너무 가혹한 짓을 한 걸 비로소,
알았기 때문이다. 가지는 개미허리처럼,
싹둑 잘라지기 직전 같은데도 건강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것에서 더한 미안함을 느낀다.
무지는 이렇다.
아는 게 없으면 이런 짓을 하게 된다.
이제 나는 이 나무에 대해 좀 안다.
바로 나무수국의 큰 특징인 것이다.
즉 가지에 비해 커보이는 꽃송이를,
지탱하려고 이 나무는 줄기를 휜다.
그러기에 세찬 바람에도 억센 소나기에도,
거뜬하게 견디며 생명을 지탱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그 즈음에 알았으면,
나는 이런 가혹을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나의 잔혹한 짓에도 탓하지 않고,
어언 십여 년째 버틴 나무수국에 감사하다.
비해당의 이 나무수국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큰나무수국'이다.
무학생각, 2020.10.27
행복충전소 비해당에서
낭독...글 읽어주는 강지식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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