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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 들꽃에게
소리로 듣는 나그네 생각
지금 단양역에 있습니다. 열차 소리 멈추어버린 정적이 감도는 광장에는 몇 대의 자동차와 한 켠에 불 꺼진 열차 카페가 어둠을 지키고, 보름으로 가는 달이 밝습니다. 말러는 단양역을 좋아하는데 그 까닭은, 여느 역과 달리 너른 광장이 있고, 방랑자에게 더없이 좋은 깨끗한 화장실과 세면실 수돗꼭지가 높아 물을 받기 좋아서 입니다. 작년 2월에 가방 하나 들고 집 나온 이후, 내 나라 내 땅을 내 집터로 여겨 빌려쓰고 방황할 때 단양역은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두 밤을 보낸 적 있는 역입니다.
초저녁 별이 하나 둘 뜰 때, 강원도 홍천 바람골 나의 허름한 공간을 출발하여 대구로 향하는 5번 국도따라 밤 여행하며 단양까지 왔습니다. 말러는 밤 여행을 좋아합니다, 달리 말하면 밤의 여행을 즐긴다기 보다는 밤의 드라이빙을 즐긴다는 말이 맞습니다.어둠 속을 질주하는 쾌감은 고속도로에서는 맛을 느낄 수 없고 한적한 국도가 제격입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가르며 끝없이 달리면, 마치 어둠 너머 딴 세상, 죽음의 강마저 건너 별들이 사는 우주로 이어진 길을 자동차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가고 있다는 별난 생각을 오래전부터 말러는 했습니다.
열차 운행이 중단된 단양역 광장에는 인적이 없고, 역사 건물을 훤히 밝히던 불빛도 방금 전 희미하게 꺼졌습니다. 곽성삼의 처절한 삶의 애환이 구구절절하게 녹아든 노래도 끝나고 카세트테이프만 헛돌며 잡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 소리도 거슬리지 않고 그런대로 좋습니다. 뜰꽃의 어려운 결정, 다시 글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문자를 받고 말러는 한없는 기쁨에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긴 편지를 쓰려고 마음을 정했으나, 처한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미루다 드디어 오늘 쉬는 날, 지난해의 아픔을 간직한 단양역 광장에서 들꽃에게 편지를 씁니다.
하략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티스토리, TISTORY https://muhsk1.tistory.com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nageune-ui guseogguseog yeohaeng Every corner of the stranger modeun geos-eulobuteo jayuin, muhak Free from all, obsc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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