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조이수대엽이 있어 살맛 나는 나라!
- 버들은 실이 피고
- 꾀꼬리는 북이 되어
- 구심삼춘에 짜내느니
- 나의 시름 누구서
- 녹음방초를 승하시라 허든고
위의 시조 한 수를 혀가 잘 돌아가는 사람한테 읽으라면 몇 초 걸릴까?
(재미삼아 무학대사가 빨리 혀를 굴린 결과는 5-6초 사이다.)
이 노래를 이준아의 창으로 들으면서 우조이수대엽을 들여다보자.
이준아가 부른 여창 가곡 우조이수대엽의 연주시간은 11분 15초다. 단숨에 읽으면 5초면 될 시조 한 수가 느린, 느려도 너무 느린 장단에 얹히면 위의 시간이 소요된다. 16박이라면 박 집는 감각을 타고난 사람이라 해도 가락과 박 따라가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16박의 가곡 한 장단을 다시 여섯 개의 작은 장단 묶음으로 사용하게 되는 데, 대강이라고 한다.
이런 시간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를 '아으아', '어'를 '어으어' 하는 식의 가곡창법에 사용하는 한글 모음의 풀어쓰기 때문이다. (이렇게 풀어쓰니 요즘의 키보드로 쓰는 수모당한 한글 같기도 하다, 서울을 설, 내용 무를 냉무 등.)
빠른 걸 추구하는 요즘의 세상에 마흔 석 자로 된 시조 한 수 듣는 데 십일 분 투자하면서,
아! 느려서 차~암 조오타! 를 연발할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유유히 흐르는 유장한 가락을 따라가노라면 세상 일을 잠시 잊게 한다. 뭐 때문에 조바심내며 빠르게 더 빠르게 뭔가에 쫓기듯 살아왔나 한순간 돌이켜보면서 시간의 정지를 감지한다. 민속악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정악은 발산이 아닌 정제다.
정가 중에서도 시조나 가사보다 한 차원 더 명상의 경지를 느끼게 하는 가곡을 듣는 순간 세상과 나란 존재는 분리되고, 모든 걸 잊게 되면서 정가에 사용되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기름때에 젖은 오염된 마음을 걸러 일순간 정화의 경지로 빨려둠을 느끼게 된다.
느려서 좋은 게 우리 음악이라면 우리 음악 중에서 정가, 그중에서 소규모 관현악 반주에 부르는 청명하고 단아한 가곡 중의 한 곡인, - 우조이수대엽이 있어 대~한민국은 살맛 나는 나라다! -
정가를 노래하는 사람과 민속악 소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다르다. 민속악에서는 소리꾼으로 통하지만, 정가에서는 창자로 부른다. (민속악의 하나인 판소리의 소리꾼을 창자라고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해석해서 남창이나 여창을 소리꾼이라고 하지 않는다.) 우조이수대엽에서 우조는 서양음계의 장조의 선법, 계면조는 단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존하는 남창가곡, 여창 가곡을 연 창으로 부를 때 첫 곡은 우조 초수대엽, 계면 초수대엽이 되고, 남녀 혼창으로 노래할 때는 초수대엽은 반드시 남창이 먼저 부른다. 그러니 여창 가곡의 레퍼토리에는 초수대엽이 없다.
우조 뒤에 따라오는 이수대엽의 이수는 두 번째의 뜻이고 대엽이란 여러 가지 뜻이 있어 그 쓰임새에 따라서 해석되는 말이다. 대엽이라 말 앞에 다시 만, 중, 삭을 붙여서 조선 왕조 초, 중기까지는 우리 음악의 형식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셋 중에 삭대엽만 여러 변형을 하며 살아남아 지금 이야기하는 가곡의 기본 16박 장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만대엽이 가장 느렸고, 그다음이 중대엽, 삭대엽, 빠른 음악에 귀가 익숙해져 있는 이들은 우조이수대엽의 장단인 삭대엽 들으며, [느려도 너무 느리다.]라고 한다면, 삭대엽보다 느린 중대엽이 있었고, 중대엽보다 더 느린 만대엽도 있었다는데, 그런 음악이 지금도 살아남아 한 번 들어보라면 다 듣기 전에 까무러칠지 모를 일이다.
반상의 구분이 우리 음악에도 있었고, 지금 이야기하는 가곡은 신분 사회에서는 서민들이 접할 수 없었던 음악이었다. 좋은 시절에 살다 보니 예전 같으면 못 듣고 죽었을지도 모를 우조이수대엽도 마음만 열면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 빠른 게 있다면 느린 게 있기 마련! -
서양 음악에 가곡(Lied)이 있다면 우리 음악에도 가곡이 있다. 서양음악어법으로 작곡된 근대가곡과 정가의 가곡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느린 것에 귀가 열리고 그렇지 못함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느린 것을 좋아했던 옛 사대부나 선비들도 너무 느린 만대엽과 중대엽을 멀리 했음을 삭대엽(현재의 우리는 이걸 너무 느리다고 표현한다)에서 얻을 수 있다.
이 느린 걸 지금의 우리가 지키지 못하면, 우리의 후세에는 느려도 너무 느린 것은 멸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느린 게 살아남으려면 느린 음악을 만들어내는 국악인이 있어야 하고, 느린 장단에 귀를 여는 국악 감상 인구가 늘어나야 한다. 한 나라의 고유문화도 유구한 세월 전통을 지켜 내려오며 알게 모르게, 그 시대에 적응하면서 변형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준아가 부르는 소규모 국악 관현악 반주의 여창가곡 우조이수대엽을 들으면서, 다음 곡은 뭘 들어야 할지 머릿속에 절로 떠오르는 게 있다. 구스타프 말러가 중국의 시인인 왕유와 맹호연의 시를 교묘하게 엮어 관현악 반주로 만든 대지의 노래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대지의 노래는 말러의 번호 없는 교향곡.)에서 여섯 번째 곡인 고별!
서양의 음악가가 동양사상에 심취해 그려내는 느린 호흡의 음악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곡으로 서양의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느린 아다지오에 알토의 목소리가 장유하게 실려 있다.
□ 이수대엽
전통 성악곡인 가곡(歌曲) 한바탕의 두 번째 곡.
둘째치 또는 긴것이라고도 한다. 종류로는 남창(男唱)과 여창(女唱)에 각각 1곡씩,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에 각각 1곡씩 있다. 템포가 가장 느리고 선율구조가 다음에 이어지는 중거(中擧), 평거(平擧) 등과 비슷하여 가곡의 기본곡으로 취급되기도 하지만, 초수대엽에서 파생된 것으로서 가곡의 기본곡은 당연히 초수대엽이다. 장단은 10점 16박(十點十六拍)이다.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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