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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1, 상상
소리로 듣는 자유인 생각
지난해 청송군에서 매산을 간벌하고 달라진 게 있다. 잘린 마른나무가 어지럽게 널린 사이에 키 작은 나무가 살아남아 꽃을 무수히 피웠는데, 진달래 나무다. 시원하게 뚫린 큰 나무 밑에서 진달래 나무는 고만한 경쟁자가 없는 탓에 올해는 무척 많은 꽃을 피웠다. 숙소와 초소 간 산길에 활짝 핀 진달래꽃을 보다가 어제는, 예전 오르내리던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 보았다. 다니지 않은 새 산길에는 낙엽이 수북하고 바람에 쓸린 간벌한 나뭇가지가 길을 막은 곳도 있었다.
몇 달간 관심을 두지 않던 그쪽에도 분홍 꽃이 산을 물들였다. 분명히 예전 그쪽으로 다닐 때 이맘때보다 올해는 진달래꽃이 많이 피었다. 이 현상은 앞으로 더할 것이다. 말했듯이 엇비슷하게 자라는 경쟁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고 한다. 이번 비는 전국적으로 내리고 별난 봄비가 될 것이란다. 지역에 따라 천둥번개를 동반하고, 강수량도 여름 비 못잖고, 게다가 강원도와 경북 산간 지방에는 늦은 오후부터 기온이 떨어지면서 눈이 되어 내린다고 한다. 사월 중순에 많은 양의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맞을지는 두고 보면 알 게 되겠지만, 이 별난 봄비가 여기에도 내리면 진달래꽃은 돌풍을 동반한 비에 죄 떨어질 것이다. 오전 열 시, 현재 비가 내리지 않고 동북쪽 하늘엔 먹구름이 드리웠고 서남쪽은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끼었다.
그러므로 당장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여기도 경북 산간 지방에 해당하므로 어쩌면 오늘 사월의 눈을 구경할 가능성이 크다. 비와 눈이 내리면 만개한 지 일주일도 안 되는 진달래꽃이 지고 파릇한 새싹이 나올 것이다. 이 현상은 꽃의 결실인 열매를 빨리 키우려는 식물의 의지라 할 수 있다. 진달래꽃이 진 매산에 다음에 꽃을 피울 식물이 부지런히 준비하는 것을 오늘 아침에 보았다. 싸리꽃과 가침박달이다. 그것들은 오늘 내리는 비를 양분으로 하여 순수한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흰 꽃을 피울 것이다.
하략
글...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무학.
낭독...글 읽어주는 강지식.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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