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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4, 모든 것에 의미를
소리로 듣는 자유인 생각
아침나절 문자가 왔다. '즐거운 성탄'이 들어간 걸로 보아 오늘이 그날인 것 같다. 보낸 사람이 교회를 다니건, 안 다니건, 그 종교를 믿건, 안 믿건 상관이 없이 보낸 문자로 말미암아 오늘이 그날이란 걸 알았다. 사람들은 오늘이 하얗기를 바란다. 막 내린 풍경도 좋고, 간밤 몰래 내린 눈이 바꾼 하얀 세상도 그렇다. 이 생각에 밖에 나서니 며칠 전에 내린 눈을 쓸어놓은 무더기가 하얗고, 쓴 곳은 땅이 보송보송한데 위에 싸라기눈이 살짝 덮였다. 멀리 보아도, 가까이 보아도 오늘 이 아침이 하얗다고 할 수 없다. 양지는 모두 녹았고, 음지에 남은 희끗희끗한 눈의 잔재와 저 앞 못이 하얗고 마당 둑과 아래 텃밭을 비롯하여 비해당 부근도 그렇다.
이에서 알 수 있는 게 여기는 눈이 잘 녹지 않는 음지로 뜨는 해를 우로 비스듬히 바라보는 동북쪽을 향하여 비해당이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 일대로 확장하면 음지이므로 눈이 잘 녹지 않는다. 길목에 둔 궁정까지 다닐 수 있도록 쓸개로 민 두 줄기 길도 땅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아직 궁전이 오르내리지는 못한다. 며칠째 처박혀 있어도 딱히 갈 데가 없다. '사랑과 비약'에 올릴 것들 준비한 걸 어제 모처럼 시내 피시방에 가서 하고 나니 더 그렇다. 뭔가 하고 나면 다음에 할 일이 바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도 의미를 두어야 한다. 정 할 게 없으면 음악을 듣는 것도 그 하나다. 눈 내린 흔적이 있는 이 아침, 누군가가 전해온 의미 있는 날이란 걸 생각하며 음악을 찾았다.
가 본 적은 없지만, 그 나라가 배출한 많지 않은 음악가 중 하나인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부터 시작하여 그의 교향곡 제2번을 이었다. 숲과 호수가 많은 그 나라란 것만으로도 좋고, 지금 듣는 음악을 작곡한 그가 조국의 풍경을 오선지에 그린 음악에서도 그걸 느끼는 것이 좋다. 다소 침울한 선율에서 신비함을 느끼다 말고, 대체 무엇에 의미를 두어야 할까 생각한다. 오늘은 오늘에 불과한데도 사람들은 오늘이 어제와 다른 오늘 즉 성탄절이란 것에 더한 의미를 두는 것 같다. 남에게 그런 오늘이 내게는 그날이 그날이란 것에 대신 의미를 둔다. 이런 생각을 할 때 훈이가 전화해서는 또 크리스마스를 들먹인다. 그래서 다시금 오늘이 그날이란 것에 더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략
글...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무학.
낭독...글 읽어주는 강지식.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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