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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딱총과 멧돼지
소리로 듣는 자유인 생각
강원 바람골 추억
늦은 저녁 굵은 비가 내린다. 양씨가 우산을 들고 대문턱을 들어섰을 때야 인기척을 알았다.
"언제 왔어?"
"몇 시간 되었습니다, 논물 보러고요?"
"돼지 잡으려고."
"뭘로요?"
"이 걸로."
"불딱총으로 돼지를요?"
"애저 한 마리 붙들었어."
"어떻게요?"
"화약냄새와 환한 불빛에 날뛰다가 걸려."
"재밌겠는데요."
양씨가 불딱총 세 개 들고 논으로 올라갔다. 양씨가 심은 올벼가 알이 잘 달리고 여물기 시작했다. 옥수수, 감자, 벼 등 먹을 것이 많아 요즘 멧돼지와 노루, 토끼가 자주 내려온다고 한다. 밤이 깊어가고 빗줄기가 더 세진다. 빗소리에 양씨의 봉고차가 내려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마루에서 넓적배사슴벌레 암컷과 놀고 있을 때 개울 건너에 플래시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대문턱으로 나가 소리질렀다.
"어르신이세요?"
빗소리에 대답이 들리지 않아 두 개의 우산이 움직이는 컴컴한 다리로 걸어나갔다.
"어르신?"
"나네."
"웬일이세요? 밤에."
"이것 주러 가자고 난리를 쳐서 올라왔어요."
백노인의 아내가 배낭을 벗어 마루에 내리고 따끈한 밥공기와 찌개그릇을 꺼낸다.
"식기 전에 먹어요."
"저녁 먹었습니다."
"만화가 아저씨가 매끼 라면만 먹는다고 이 양반이 성화에요."
"인류가 발견한 최고 맛난 음식이 라면이래요."
커피를 타서 두 사람에게 주고 나는 백노인 부부가 가져온 멧돼지찌개국물을 마셨다. 기름기가 없이 뽀얗게 우러난 쌉쌀한 국물맛이 담백개운하다.
"맛 좋습니다."
"천천히 들게, 우린 논에 올라가 볼 테니."
"좀 전에 금X형도 다녀갔어요."
"금X이가 그거 쏘던가?"
"못 봤습니다."
앞에 백노인의 아내가 걷고, 중간에 백노인이 플래시를 들고 뒤따르는 나에게 불을 간간이 비춰준다. 환한 전깃불 아래 있다가 논둑을 걸으려니 처음에는 컴컴해서 잘 안보이다가 점점 희뿌옇게 모든 것의 윤관이 드러난다.
하략
글...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무학.
낭독...글 읽어주는 강지식.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티스토리, TISTORY https://muhsk1.tistory.com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nageune-ui guseogguseog yeohaeng Every corner of the stranger modeun geos-eulobuteo jayuin, muhak Free from all, obsc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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