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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팔봉이 이야기 1
소리로 듣는 자유인 생각
어제 네 시 반경 달밤말래이와 실골 중간지점에서 두 녀석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한 시간 반 이상을 한 바퀴 돌다 비해당에 들어섰다. 여느 때 같으면 마당이 보이는 언덕에 올라서면 녀석들이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고,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꼬맹이만 반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밤새 몇 번인가 밖을 내다보았으나 녀석들이 오지 않았고, 오늘 새벽 오전 여섯 시까지도 그랬다.
두 녀석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고 이칠봉에 올랐다. 어제 헤어진 지점에 다다라서는 그 녀석들이 간 쪽을 멈추어 살폈으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칠봉 정상을 거의 앞두고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랬더니 두 녀석이 반갑게 뛰어내려 온다. 이 사실에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어제 그 시각에 녀석들이 비해당을 찾아나섰으나 산속의 빨리지는 해로 말미암아 방향 감각을 잃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녀석들이라 해도 그렇다. 또 하나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녀석들이 어제 간 쪽은 전날에 나와 함께 온 산길이 아니다. 말이 산길이지 우리가 겨우 행복충전소에서 달밤말래이까지 올 수 있는 산속이다. 사실 나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거기서 여기에 오지 못한다. 스마트폰으로 우리의 흔적을 남긴 걸 보아야 두 곳을 오갈 수 있다. 사람인 나도 이러한데, 두 녀석이 제아무리 나보다 감각기관이 모두 뛰어나다고 해도 다니지 않은 엉뚱한 산길에서는 집 찾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비해당을 나서기 전에 엉뚱한 놈들이 나타났다. 덩치가 칠봉이만한 그놈은 목에 테두리를 하고 있는데 바로 팔봉이에게 생명을 준 돌아다니는 수캐다. 그놈은 매우 사납다. 요즘 칠봉이가 발정기에 접어든 것 같다. 그 냄새를 그놈이 맡고 비해당에 오늘 아침 찾아온 것이다. 놈은 녀석들이 거기 없는 걸 알고는 분명히 여기까지 찾아올 것이다. 이 사실을 두고 오늘도 여기에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략
무학생각, 201205
달밤말래이에서
글...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무학.
낭독...글 읽어주는 강지식.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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