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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열매를 따겠어요 6
소리로 듣는 자유인의 생각
해마다 가을이면 나는 열매를 딴다. 올해 가을은 아직 멀었고 지금은 전국이 가마솥더위로 펄펄 끓는 한여름, 가을 열매를 미리 따기에 나섰다. 가을에 그걸 따면서 벌레가 먹은 게 많아 절로 떨어진 아까운 게 많았기 때문에 알뜰하게 거두려는 것이다. 지난해 딴 그것으로 식초를 만들려고 했다. 신맛이 매우 강한 것에서 천연식초를 만들어보겠다고 작정했는데, 큰 항아리에 열매를 가득 담아 물을 채웠다. 생 열매에 물을 채우면 얼마 되지 않아 곰팡이가 쓰기 마련, 그러나 이건 그렇지 않았다. 매실보다 강한 신맛으로 말미암아 물이 부패하지 않고 한 일 년이 되어가는 지금, 신맛이 제법 우러났다.
빨리 우리려면 적당하게 써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는데도 누렇게 익은 동글동글한 열매가 보기 좋아 그대로 사용했는데, 독한 술에 담근 것처럼 반질반질한 게 신기하여 방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며 이따금 맛을 본다. 올해도 열매는 거기에 있었다. 돌배처럼 다만 누렇게 익지 않았을 뿐이다. 햇볕을 많이 받는 쪽의 것이 탱자만큼 커졌지만 그늘진 곳의 열매는 밤알 만한 것도 있다. 큰 열매 하나를 두고도 표면의 색이 다르다. 볕을 받은 쪽은 익어가는 사과처럼 빨갛고 그렇지 않은 쪽은 녹색이다. 양지쪽의 것이라 해도 땅 가까운 게 가장 크고 연두색으로 표면에 잡티가 없다.
햇볕을 받은 건 표면에 주근깨투성이처럼 점이 박혔다.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를 하나 따는 순간 그윽한 향이 풍긴다. 신맛을 지닌 열매의 냄새라 믿기지 않을 정도다. 땅에는 절로 떨어진 것도 있는데 그런 것 모두 벌레가 갉아먹거나 구멍을 낸 흔적이 있다. 이 열매를 좋아하는 벌레가 일찌감치 먹잇감으로 삼은 것 같다. 하나, 아직은 떨어진 것보다 달린 게 많고, 다 큰 것보다 커가는 과정에 있는 게 더 많다. 지난해 하나같이 벌레가 손을 대 온전하지 못한 누렇게 익은 걸 딸 때보다 돌덩이같이 단단한 덜 익은 열매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는 건 싱싱해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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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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