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야원 이야기 3, 공양주 보살

녹야원 이야기 3, 공양주 보살 소리로 듣는 자유인 생각 전남 녹야원 추억, 나주시 다도면 봉화에 머물 때부터 몸살 기운이 심했다. 세신이 업어서 민백미와 다른 약초를 달여 먹으며 임시 처방을 시도했고 나중에는 누런 가래가 자주 끓었다. 청송에서 가져온 약초 상자에서 세신과 백미, 사간을 꺼내 감기를 빨리 퇴치하려는 시도에 들어갔다. 마른기침이 자주 나오는데 그것이 멈추지 않는다. 가래의 색깔은 익을 대로 익어 누렇게 변한 걸로 보면 다 나아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기침 회수는 줄지 않는다. 세신 외 기침을 다스리는 약을 찾아서 같이 달여 먹어야겠다. 매일 아침 네 시 반에 알람을 해두었다. 알람 소리가 시작되면 다 끝나기 전에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난다. 몸이 무겁지만 "좀 더 자야지!" 하는 생각하다간 늦잠 자기 일쑤다. 해보지 않은 일은 힘들다. 이곳 녹야원에서의 남자에게 붙는 호칭 처사가 하는 일은 쉽게 말해 바깥 일이다. 절에서 바깥 일은 종류가 많다. 일종의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텃밭에 곡식 가꾸는 것부터 온갖 잡일을 하는 것이 처사가 하는 몫인 것 같다. 이틀째 밤을 녹야원에서 보냈는데, 눈만 감으면 꿈에 시달리는 것은 여전하다. 새벽부터 내리는 비의 양이 좀 많아 온종일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맘 놓고 쉴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스님과 문 거사를 일단 의식해야 한다. 어제 점심 후 피곤이 몰려와 차에서 잠깐 눈 붙이는 걸 스님이 본 모양이다. "방에서 쉬지?" "차에서 쉬는 것이 익숙해 있습니다." "더울 텐데?" "괜찮습니다, 스님." "그래도 방이 시원할 텐데…!" 스님의 말이 맞지만, 녹야원에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대낮에 방안에 틀어박혀 빈둥거리며 낮잠을 잘 염치가 없다. 비 오면 그에 맞는 일거리를 찾아 알아서 해야 하는 것도 처사의 몫이다. 녹야원에서 몇십 년 공양주 보살을 지낸 노파가 어제 콩밭에서 검은 콩잎 자르는 것을 가르쳐 주면서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 아주 작은 키에 게다가 허리마저 굽은 노파의 나이는 묻지도 않았다. 노파가 몇십 년 녹야원이 일터이기도 했으며 삶의 근원지였던 것이다. 하략 글...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무학. 낭독...글 읽어주는 강지식.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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