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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 1, 남해로
소리로 듣는 자유인 생각
대중교통을 이용한 겨울 여행
반질반질한 빙판을 아장걸음하며 터미널로 향했다. 금호강을 끼고 부는 바람이 매섭고 도로는 얼음판, 인도는 녹다 만 눈이 얼어붙어 울퉁불퉁하다. 갈 수 있는 곳이 몇 되지 않는다. 남쪽으로 가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혔기에 일단 부산행 표를 샀다. 바로 출발하는 차가 있었고, 놓치면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눈의 두께가 엷어지다가 부산은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행선지를 정하려고 한참을 매표소 앞에서 서성거렸다.
서남쪽의 많은 지명 중 딱히 어디에 가겠다고 정한 게 없기에 차라리 여유가 생겼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출발해야 한다는 걸 우선으로 한 곳은 자세한 정보가 없다. 안내 창구에 물어보니 어디까지 가서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쪽으로 가는 도로변은 가로수 대신 대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서 바람에 너울너울 댄다. 진주터미널에서도 바로 다음 가고자 하는 표를 샀다. 1시간여 후, 도착한 곳이 남해다. 어림짐작으로 남해안을 수평으로 하였을 때 중간쯤 되는 것 같다. 의성과 영천만큼이나 내린 눈 흔적에서 벼루여 찾아온 남쪽이 여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매서운 바닷바람이 더 차게 느껴진다.
온 곳에 비하면 한참 남쪽이건만 여기도 내가 찾는 곳 아니란 생각에 낯선 땅에 대한 호기심마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온 과정은 좋았다. 버스에서 캔 막걸리를 먹을 수 있었던 것도 홀연히 몸 하나만 움직였기 때문이다. 궁전을 고집했으면, 오는 과정에 그런 즐거움은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따뜻한 남녘이라 점찍은 남해서 불과 몇 시간 머물지 않고 되돌아섰다. 바로 출발하는 버스는 온 곳으로 가는 진주행뿐이다. 더 남쪽인 전라도 행은 막차가 없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진주도 해가 지고서 센 바람을 동반한 날씨가 매섭다.
터미널을 벗어나지 않고 바로 행선지를 찾았다. 밤 10시가 되어가는 터라 버스를 놓친 사람을 잡으려는 장거리 택시 기사들이 호객한다. '어디까지 얼마요!' 내게도 달라붙어 미끼를 던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왔다갔다하며 보는 내가 그들에게는 막차를 놓친 다급한 손님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대구 차는 끝났고 얼마면 되니더!"
'거기가 아니어도 좋아요.'
귀찮아 타방면의 배차 시간과 휴대폰을 번갈아 볼 때, 그쪽 방면을 뛰는 택시기사가 또 달라붙어 귀찮게 한다.
"광주 막차도 끝났어요."
'거기가 아니라니까요.'
하략
글...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무학.
낭독...글 읽어주는 강지식.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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