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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산, 경북청송군 현서면
소리로 듣는 자유인 생각
청송 무학봉 추억
약간 습한 곳에 자라는 나물이 있다. 그건 쉽사리 찾을 수 있는데, 네모난 외줄기에 잎이 마주 달려 수평으로 퍼지고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한군데 모여 있으므로 어찌 보면 아주 흔한 풀 같아 어떤 때는 못 본 척 지나쳐버리곤 하는데, 이 아침에는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물기가 축축한 땅에 박힌 그것의 줄기를 손으로 잡고 뽑아 올리자 옆으로 길게 뻗은 뿌리가 쉽사리 따라 올라온다. 맛이 어떨지 궁금하여 줄기 끝 연한 부분을 뚝 잘라 하나를 씹었다.
날로 먹기보다 살짝 데쳐서 양념하여 무치거나 기름에 볶아 소금으로 간을 하면 그런대로 괜찮은 나물이란 생각이다. 오늘이 고모산 아침 산행 마지막 날이 될 것 같다. 쉽싸리를 한 움큼 캐서 다래나무가 있는 골짜기로 내려가다가 올해 첫 더덕을 보았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큰꽃으아리와 뒤엉켰는데, 한 싹은 줄기가 굵은 걸로 보아 주변에 작은 것을 퍼뜨린 부모뻘인 것 같다. 큰꽃으아리 뿌리는 은은한 향기, 더덕은 잎과 뿌리에서 특이한 향기가 난다.
한 번의 괭이에 뽑힌 두 식물의 그윽한 냄새를 맡으며 봄이 되면서 들락거린 이 산을 한동안 멀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자, 아쉬움이 든다. 얼마 전까지 작은 키에 보라색 예쁜 꽃을 피운 각시붓꽃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온통 녹색인 숲에 유일하게 꽃을 피운 게 있으니 병꽃나무다. 이 산에는 유별나게 병꽃나무가 많다. 이 일대 나무 중 먼저 꽃을 피운 올괴불나무가 궁금하여 있는 곳에 가 보았다. 열매가 드문드문 달렸는데 어떤 건 발그스름하다. 하나를 따서 먹었다.
덜 익은 열매가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그 무수한 꽃에 비하여 열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고모산을 두 시간 타고서 초소에 앉아 방금 여기저기 돌던 곳을 가늠하여 바라본다. 높은 능선에 크게 자라는 나무도 잎을 달았다. 저 산 정상까지 녹색이 도달했다는 건, 내가 하는 일의 종료가 임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35번 국도를 가운데 두고 고모산과 갈비봉이 현서에서 제일 높다. 둘 중에는 고모산이 더 높다. 그러므로 길 건너 갈비봉 정상은 며칠 전에 녹색이 번졌다.
하략
글...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무학.
낭독...글 읽어주는 강지식.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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