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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이야기 1
무학봉 오르는 산길에 두더지 구멍이 자주 보인다. 논두렁이나 밭두렁이 아닌 이 야산에서 두더지가 구멍을 파 놓은 것이다. 뚫은 흔적을 따라 부푼 흙을 밟으면 푹 들어가 깊이 팬다. 이것으로 보아 두더지가 구멍을 파면서 땅속의 흙을 파 들어가는 쪽으로 밀어낸 것을 알 수 있다. 모두 파고들어간 구멍이고 나온 구멍은 보이지 않는다. 산길을 따라 이동하며 먹잇감이 있을 만한 곳으로 파 들어간 것이라 여긴다.
쇼펜하우어가 '허망한 생물의 생활'에서 이 동물에 대해 쓴 글이 생각난다.
- 예컨대 지칠 줄 모르는 동물인 두더지의 경우를 살펴보라. 몸에 비해 엄청나게 커다란 삽의 역할을 하는 앞발로 열심히 구멍을 파는 것만이 두더지의 전 생애의 활동이다. 두더지의 주위는 언제나 밤이 둘러싸고 있다. 미니어처와 같은 눈을 갖고 있지만, 이것은 다만 빛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두더지만이 참된 밤의 동물이다. 밤에도 시력이 있는 고양이 박쥐 올빼미들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런데 두더지가 이렇게 해서 즐거움을 등지고 애써 살아간 결과, 얻는 것은 무엇일까? 먹고 교미하는 것뿐이다. 즉, 새로운 개체 속에서 똑같이 쓸쓸한 일생의 길을 계속해 나가는 수단을 얻을 뿐이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예에서 보더라도 살아가는 노력, 괴로움과 삶의 수확이나 이득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력이 있는 동물에게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의 의식이 부여된다.
분명히 이들 동물은 그 의식은 오직 주관적이며, 동기가 작용할 때만으로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들 동물에게는 생존의 객관적인 가치가 있는 듯이 생각된다. 그러나 맹목적인 두더지의 생활은 아무리 끊임없이 일하여도 새끼를 만들고 시장기를 느낀다는 두 가지 교호작용에만 한정되어 있다. 목적과 이를 위한 수단 사이의 불균형이 분명히 드러나 보인다. -
먹고 교미하는 것뿐이라는 두더지와 같이, 먹으려고 뼈 빠지게 일하고, 두더지처럼 종족을 번식하기 위해 교접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두더지는 종족 번식을 위한 본능적인 교미를 하는 것이고, 사람은 후손 잇기와 쾌락을 두 목적으로 교접하는 차이다. 이런 삶은 두더지와 마찬가지로 허망하다.
하략
글...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무학.
낭독...글 읽어주는 강지식.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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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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