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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골 뱀의 나라에 들어가다
소리로 듣는 자유인 생각
강원 바람골 추억
작은 거울이 달린 붉은 접이식 스탠드를, 대문을 향했을 때 마루 오른쪽 끝 난간에 놓고 90도 각도로 폈다. 불그스름한 스탠드 불이 켜졌다. 스탠드 뚜껑이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아래에 모기향을 피웠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모기향의 연기가 연속으로 추상의 이미지를 만든다.
아궁이 앞에 앉아서 불을 지폈다. 시뻘건 불길이 방고래로 잘 빨려들다가도 굴뚝에서 바람이 역으로 불면, 들어가던 불길이 도로 아궁이 밖으로 나온다. 불이 나올 때는 시커먼 연기와 재를 일으키며 시들시들하다 꺼지기 일쑤다. 이럴 때 연기가 눈과 코로 들어가면 눈물이 핑 돌고, 고추냉이를 먹었을 때처럼 콧등이 찡하고 미간이 화끈거려 얼굴을 반사적으로 흔든 다음 재채기를 하게 마련이고,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연기에 밀려 뒤로 한 발짝 물러나게 된다.
보름 전, 비 온 다음 날 해가 쨍쨍한 틈을 타 집 주위에 잘린 나뭇가지를 손으로 꺾거나 조립식 톱으로 베어 비가 맞지 않게 부엌과 사랑방의 굴뚝이 세워져 있는 담에 나누어 둔 것이 아직 바짝 마르지 않았다. 꺼진 불을 살리려면, 처음에는 입을 동그랗게 모아 여러 번 살살 불다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입술을 앞으로 쭉 뺀 다음 '후' 하고 세게 불면 재에 묻혀 안 보이던 불씨가 빨갛게 모습을 드러내 다시 살아나 꿈틀댄다.
잎 가지나 잔솔 대신 책으로 발간된 원고를 불쏘시개로 위에 놓으면 불은 그 기세를 확장한다. 그 틈에 바람 길을 튼 얽힌 나뭇가지 사이에 원고를 넣고 태우면, 굵은 나뭇가지에 불이 옮겨 붙는다. 신문지나 잡다한 폐지를 태우면 시커먼 연기와 함께 잘게 부서지지 않는 검은 재를 남기나, 만화 원고지로 사용하는 흰 모조지를 태우면 맑은 연기만 조금 나고, 옅은 회색의 가루로 된 재가 곱게 남는다.
불이 잘 붙은 나뭇가지 위에 좀 더 굵은 나무를 포개 얹고 마루에 올라 배를 붙이고 엎드렸다. 모기향이 탄 연기의 움직임이 좀 전보다 둔한 걸로 보아, 바람이 한 방향으로 조용히 움직이는 걸 알 수 있다.
하략
글...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무학.
낭독...글 읽어주는 강지식.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눈맞추고
♣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인
♣ 나그네의 구석구석 여행
♣ 이맘때 야생화, 한국의 고택과 전통가옥, 물이 있는 풍경, 국보와 천연기념물, 세상의 모든 약초 약용식물, 곤충과 벌레를 찾아나서는 나그네의 여행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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